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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장/시

반복의 이유/이성미

by Lamsa 2019. 8. 27.

나는 너를 반복한다. 너를 알 수 없을 때 
너의 이름을. 
나는 언덕을 반복한다. 

반복하면 너는 민요처럼 단순해진다. 
반복하면 마음이 놓인다. 
만만해 보이고 
알 것 같고 
반복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. 
법칙이 생길 것 같다. 게임처럼 
너에게도 언덕에게도. 
반복하다 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다. 

반복하면 리듬이 생긴다. 
리듬은 기억하기 좋고 
연약한 선을 고정시킨다. 
고개와 어깨에 잘 붙고 발바닥과 손바닥과 친하고 
리듬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. 

 

리듬은 주술 같고 
리듬이 된 것은 
일이 어렵기 때문인데 
리듬으로 두려움이 줄어들고 
낯섦도 줄어든다. 
리듬은 폭력과 가깝고 
노래와도 가까워서 
리듬은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도 한다. 

 

노래를 부르면 
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.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 
마치 형태가 있다는 듯이 
손으로 부드럽게 쥐어서 
너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. 
너에게서 건네받을 수 있을 것 같다.

 

이근화, 칠 일이 지나고 오늘, 문학과 지성사, 201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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