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너를 반복한다. 너를 알 수 없을 때
너의 이름을.
나는 언덕을 반복한다.
반복하면 너는 민요처럼 단순해진다.
반복하면 마음이 놓인다.
만만해 보이고
알 것 같고
반복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.
법칙이 생길 것 같다. 게임처럼
너에게도 언덕에게도.
반복하다 보면 잊을 수 있을 것 같다.
반복하면 리듬이 생긴다.
리듬은 기억하기 좋고
연약한 선을 고정시킨다.
고개와 어깨에 잘 붙고 발바닥과 손바닥과 친하고
리듬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.
리듬은 주술 같고
리듬이 된 것은
일이 어렵기 때문인데
리듬으로 두려움이 줄어들고
낯섦도 줄어든다.
리듬은 폭력과 가깝고
노래와도 가까워서
리듬은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도 한다.
노래를 부르면
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.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
마치 형태가 있다는 듯이
손으로 부드럽게 쥐어서
너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.
너에게서 건네받을 수 있을 것 같다.
이근화, 칠 일이 지나고 오늘, 문학과 지성사, 20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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