최문자1 발의 고향/최문자 내가 나라는 때가 있었죠 이렇게 무거운 발도 그때는 맨발이었죠 오그린 발톱이 없었죠 그때는 이파리 다 따 버리고 맨발로 걸었죠 그때는 죽은 돌을 보고 짖어 대는 헐벗은 개 한 마리가 아니었죠 누구 대신 불쑥 죽어 보면서 정말 살아 있었죠 그때는 그때는 세우는 곳에 서지 않고 맨발로 내가 나를 세웠죠 그때는 내 이야기가 자라서 정말 내가 되었죠 불온했던 꽃 한철 그때는 맨발에도 별이 떴죠 그 별을 무쇠처럼 사랑했죠 날이 갈수록 내가 나를 들 수 없는 무거운 발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 별똥별이죠 발도 고향에 가고 싶죠 최문자, 사과 사이사이 새, 민음사, 2012 2019. 9. 8. 이전 1 다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