입술을 건너간 이름1 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/문성해 이 시절에는요 여자들이 시렁 위에 얹힌 작지만 앙칼진 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데요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쳐도 암말 못하는 건 지천에 내걸린 풋것들을 오살지게 베어다 서방과 새끼들을 거두기 때문인데요 이 시절에는요 세상 모든 여자들은 코밑이 거뭇해지고 팔뚝 속에 알이 차올라서는 지천에 돋는 풋것들이 아까워라, 아까워라 저도 모르게 들판과 한판 엉겨붙게 되는데요 난생처음 억세디억센 수컷이 되는데요 가끔씩 그 독한 칼날에 논배미가 잘리고 칡뿌리가 잘리고 수맥이 잘리기도 하는데요 이 시절 여자들은요 푸줏간 안주인이 내걸린 고기들을 슥슥 잘라가듯 이 나무 이 바람 이 구름을 훌훌 베어 망태기에 담아서는 종다리처럼 지저귀며 언덕을 넘어가는데요 하늘도 암말 못한다는데요 문성해, 입술을 건너간 이름, 창비, 201.. 2019. 9. 5. 이전 1 다음